샌프란시스코에서 온 블루 버틀 커피는 메트로 역에서 많이 먼데 포틀랜드에서 온 스텀프타운 커피 로스터는 더 멀다. 그래도 나한테는 걸어 갈 만하다. 이유는 몇 개 있다. 처음 갔을 때는 마셔 보고 싶은 게 있었다. 나는 포틀랜드에 여행갈 때마다 꼭 스텀프타운에 커피를 마시러 갔기 때문에 스텀프타운의 맛에 익숙했다. 그런데 스텀프타운은 로스앤젤레스의 아트 디스트릭트에 지점을 연 후에 새로운 커피를 소개했다. 나이트로 커피였다.
나이트로 커피는 맥주처럼 탭에서 나온다. 게다가 맥주처럼 생겼다. 막상 마셔 보면 사실 맥주가 아닌 게 조금 놀랍다. 나무로 마감 되어 있고 천장이 높은 카페 자체도 술집과 약간 닮았지만 술집과 큰 차이가 하나 있다. 뒤에 굉장한 커피 볶는 기계가 있다. 내부 창문 앞에 있는 스툴에 앉으면 나이트로 커피를 마시면서 기계를 쳐다볼 수 있다.
포틀랜드 밖에서 스텀프타운은 포장된 더치 커피로 유명해졌다. 병이나 초등학교 때 받은 우유같은 곽에 담긴 커피를 살 수 있다. (어린 시절의 형태를 가진 어른의 것들은 포틀랜드의 전문이다. 다른 예를 들면 포틀랜드 사람들은 미국 아이들의 대표적인 음식인 구운 치즈 샌드위치를 고메 버전으로 많이 먹는다.) 포틀랜드의 날씨는 흐린 편인데 로스앤젤레스는 더운 날들이 많다. 그때는 특별히 아트 디스트릭트같은 콘크리트로 된 내륙 지역에서 스텀프타운의 시원한 더치나 나이트로 커피를 마시는 게 그만이다.
요즘 나는 리틀 도쿄라는 로스앤젤레스 도심의 일본인 동네에 커피를 마시러 자주 간다. 옛날에도 리틀 도쿄를 좋아했지만 커피와 관련해서 갈 이유는 별로 없었다. 왜냐하면 그때는 평범한 보바 찻집 하나 밖에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곳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느 날, 그 찻집도 닫았다. 그런데 다시 열었을 때는 로스앤젤레스의 제일 좋은 커피숍 중의 하나로 변해 있었다. 바로 내가 자주 가는 데미따스라는 카페다.
데미따스는 작은 커피잔이라는 뜻인데 데미따스의 메뉴가 작은 잔에 담은 블랙커피뿐인 것은 아니다. 데미따스의 바리스타들은 대단히 폭넓은 종류의 음료를 만들 수 있다. 박하, 검정깨나 레몬그라스까지 재료로 쓴다. 리틀 도쿄에 있으니까 명물 음료 중에는 쿄토아이스커피라는 음료도 있다. 하루 종일 내려서 굉장히 진한데 신선한 맛도 있다.
다른 명물은 코코아인데 일반 코코아와는 다르다. 독특한 맛이 있고 위에 정육면체 모양의 큼직한 마시멜로가 떠 있다. 가끔 어떤 아버지와 어린 딸이 들어오는 걸 본다. 딸은 항상 코코아를 주문하는데 마시멜로만 먹고 남은 음료는 다 버린다.
데미따스에서는 그런 단골 고객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이 카페는 문을 연 이래로 동네 사랑방이 되었다. 스키드 로에서 가까워서 노숙자도 때때로 들어온다. 한 번은 바리스타가 병원에서 탈출한 정신 질환자를 쫓아내는 걸 봤다. 그 후에 바리스타는 “DTLA의 즐거운 순간”이라고 비꼬듯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