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지난해 2월 출간한 에세이집 ‘한국 요약 금지’를 홍보하기 위해 북토크를 진행하면서 대개 질의응답으로 시간을 마무리했다. 그때 아이를 위한 교육 계획을 세웠는지에 관한 질문을 몇 차례 받았다. 당시 나는 아이가 없었기 때문에 좋은 답변을 준비하지 못했다. 다만 만약 아이가 생긴다면 학원이나 국제학교는 피하고 현지 학교에 보낼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 대답에 참석자들은 매번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교육 계획에 대한 질문을 처음 받았을 때, 내가 한국에 산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 만난 한 60대 외국인이 떠올랐다. 그는 나처럼 미국인이었지만 나보다 약 30년 먼저 한국에 이주해 이 나라에서 세 자녀를 모두 키웠다. 그 자녀들을 교육 기간 내내 국제학교에 보내기 위해 지금은 기억하기도 어려울 만큼 큰돈을 썼다고 했다. 내가 이유를 묻자 그는 아이들이 반드시 미국인이 되기를 바랐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당황한 나는 아이들이 미국인이 되기를 원했다면 왜 하필 한국에서 키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여름 아내가 쌍둥이를 낳은 뒤 중요하게 생각하게 된 것이 있다. 우리 아이들이 미국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인이 되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외국인으로서 한국에서 아버지가 된 경험은 자연스레 ‘한국인이란 정확히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지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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