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서점과 미국 서점의 큰 차이 점 중 하나는 에세이를 얼마나 많이 소유하고 있는지이다. 미국 서점에서는 에세이 집들이 주로 한 책장의 한 선반을 차지하지만 한국 서점에서는 에세이집들이 가게의 절반을 차지할 수도 있다. 에세이를 열심히 읽을 뿐만 아니라 에세이를 전문적으로 쓰는 나는 그 사실이 아주 즐겁다. 한국에 처음 이사왔을 때 한동안 임시 머물었던 홍대에 있는 동네 책방들을 검색하고 방문했다. 그러한 여러 방문 속에 나에게 특별한 느낌을 주는 에세이집이 내 눈에 띄었다. 그 책 제목은 <나의 소녀>이고 그 책에 담긴 에시이들 끝에 있는 모든 사진 속에는 똑같은 등장인물인 한 여자가 반복해서 나온다.
책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그 여자는 매력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지만 나의 책 구입 동기는 사진이 주는 시각적 모습보다 사진의 분위기였다. 내가 그 사진들을 보는 것은 러시아 영화 감독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작품처럼 다른 사람이 만든 영상을 보는 것이 아닌 마치 자기 자신의 추억을 보는 것처럼 느껴진다. 사진들을 찍고 에세이들을 쓴 저자인 이정헌에게는 진짜 추억이며 각 에세이에서 해당하는 사진을 찍게 된 상황을 기억하고 이야기한다. 비록 이정헌이 사진작가로서 사용한 사진기나 필름과 같은 기술과 관련된 할 말이 있긴 하지만 또 다른 면에서 7년의 기간 동안 찍었던 사진 자체들은 사랑 이야기를 한다.
<나의 소녀>에서 자세히 설명되지는 않았지만 이정헌과 사진들 속에 나오는 여자는 함께 작업하는 예술가일 뿐만 아니라 서로 연애하는 사이이다. 그 사실을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쉽게 알 수 있긴 하지만 그러한 수고 없이도 저자가 찍은 사진들을 통해서 그 여자를 어떻게 바라보는지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독자가 보는 것은 그저 단순히 여자일 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남자의 눈으로 보는 여자이다. 그 사진들을 인상적으로 만드는 것 중 하나는 그 사진을 찍게 된 이야기를 하는 에세이 후에 사진들이 나오는 것이다. 사진들이 처음부터 계획된 것이 아니라 생활에서 우연히 찍었기 때문에 그 사진들은 더 인상적일 수 밖에 없다.
우리는 요즘 매일 인스타그램을 보며 어디까지가 일부러 계획된 시진들이고 어느 정도가 생활에서 우연히 찍힌 사진들이라는 것을 구분할 수 있을까? 나에게는 <나의 소녀>가 인스타그램이 유명해지기 전인 2005-2011년에 찍었던 사진들이 대부분의 인스타그램을 위해 찍은 사진들과 완전히 다르게 느껴지고 더 깊은 마음에 울림을 준다. 그러나 이고은이라는 책의 주인공인 그 여자는 인스타그램 계정이 있고 그 계정을 보면 <나의 소녀>와 비슷한 사진들도 발견할 것이다. 그 사진들 중 이고은의 얼굴이 보이지만 셀카가 아닌 것들을 찍은 사람은 아마도 사진 순수주의자이며 자기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이 없는 이정헌일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