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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송학다방

나는 어느 한국 도시에도 처음으로 가면 그 도시에서 제일 먼저 찾으려고 하는 것은 책방이다. 책방 다음에 가는 곳은 市場이고 市場 다음에 들르는 곳은 茶房이다. 내가 茶房을 좋아한다고 하면 거의 모든 상대방은 스타벅스나 탐앤탐스와 같은 커피 체인점을 말하는 것처럼 생각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은 말 그대로 옛날 느낌이 물씬 풍기는 茶房이다. 요즘에 생기고 있는 옛날식을 모방한 茶房들에 재미있게 가본 적이 있긴 하지만 나에게는 진짜 옛날부터 오랫 동안 영업해 온 茶房만큼 인상적인 곳이 없을지도 모른다. 제일 좋은 茶房의 경우에는 내가 마치 60년대나 70년대 한국 영화에 직접 들어간 것처럼 느껴진다.

내가 선호하는 오래된 영화 속에 있는 것 같은 인상을 주는 茶房들을 市場에서도 가끔 찾을 수 있다. 어떤 지방 市場들은 더 젊은 고객들을 끌기 위해 책방을 포함해서 바와 부티크 같은 새로운 가게들을 개업할 수 있도록 市場의 위층을 개측한다. 수원 영동시장의 2층에는 28청춘 청년몰이라는 그러한 유행하는 空間이 있고 이와 더불어 송학다방이라는 옛날 茶房도 있다. 송학다방은 너무 오래되었고 의자 덮개는 다 하얗게 깨끗하지만 숫자가 다섯 개 밖에 없는 전화 번호가 의자 덮개에 쓰여져 있다. 그 덮개를 교체하지 않은 이유는 주인이 설명했듯이 옛날을 배경으로 한 영화들이나 드라마를 촬영하러 제작자들이 자주 오기 때문이다.

역사적인 空間이라고 할 수 있는 송학다방의 주인은 역사에 대한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우리가 커피와 계란이 들어 있는 쌍화차를 다 마시고 나가려고 할 때 주인은 우리에게 茶房에 있는 역사의 벽을 보여 주었다. 주인이 직접 만든 그 벽은 지난 100년의 수원 역사를 보여 주는 사진들로 장식되어 있다. 어떤 사진들은 바로 옆에 있는 창문을 통해서 아직도 볼 수 있는 개울 풍경의 먼 과거를 담았다. 우리가 떠나기 직전에 주인은 우리에게 자기 나이를 추측해 보라고 했다. 그녀는 다음에 이어서 말한 매일 하는 등산 때문인지 나이보다 더 젊어 보였다. 게다가 오랫 동안 단골인 것 같은 茶房에 있는 다른 고객들보다 굉장히 더 젊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