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미국에 살았을 때보다 한국에 살면서 독서 모임들에 훨씬 더 자주 참여한다. 고정관념일 수도 있겠지만 미국에서 열리는 독서 모임의 참여자들은 대부분 다른 할 일이 없는 아줌마일 경우가 많다. 그러나 내 경험에 의하면 한국 독서 모임 참여자들의 대부분은 20대나 30대 여자이지만 남녀노소들도 오는 경향이 있다. 나는 한국어 읽기와 말히기를 연습하려고 나를 빼고 한국인 밖에 없는 한국말로 진행되는 독서 모임에 가긴 하지만 서울에서 열렸던 영어 독서 모임에도 들른 적이 몇 번 있다. 지난 영어 독서 모임 시간에는 우리가 배수아의 단편 소설집 <올빼미의 없음>의 영어 번역본을 읽고 토론했다.
하지만 영어 번역본을 도서관에서 못 찾은 나는 그냥 한국어 원작을 읽고 영어 독서 모임에 참석했다. 나는 배수아의 작품들을 매우 좋아하고 모두 한국어로 읽을 목표가 있어서 영어로 읽지 않아도 될 거라고 생각했다. 알고 보니 독서 모임에 참여한 사람들은 책을 통해 나와는 굉장히 다른 경험을 했다. 책을 읽은 대부분의 독자들은 책에 나와 있는 소설들 중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이 하나도 없다고 불평했다. 그들은 너무 긴 문장들과 애매모호한 줄거리를 따라가기 힘들다고 했다. 내가 말할 차례가 왔을 때 나 역시 배수아 같은 작가의 소설을 즐기는 법을 모국어인 영어로도 설명하기 어려웠다. 모든 가장 독특한 작가들의 경우에는 원래 그 책에 맞는 독자도 있고 맞지 않은 독자도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결국에는 내가 독서 모임의 다른 참여자들에게 배수아 같은 작가의 작품들이 왜 나를 매혹시키는가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알려 주기도 했다. 내가 특별히 깊은 인상을 받은 <올빼미의 없음>에 있는 독일 프랑푸르트를 배경으로 한 <무종>이라는 단편소설을 예로 들고 배수아가 외국 도시에서 도시로 이동하는 색다른 느낌을 어떻게 글로 전달하는가를 설명해 봤다. <무종>은 책의 다른 소설들에 비해서 길지 않지만 프랑푸르트 뿐만 아니라 여러 다른 배경들도 포함한다. 한국에 살고 유럽에 자주 가는 작가인 배수아와 비슷한 화자는 다른 유럽 도시들에서 몇 달씩 머물렀던 방들을 떠올리고 그 여행 경험을 자유롭게 묘사한다. 소설의 시작에서는 저자가 모형 비행기 수집가라는 인물과 함께 길을 못 찾는 기사가 운전하는 택시를 타고 있지만 끝은 그 모형 비행기 수집가가 등장하는 꿈의 장면이다.
여러 다른 장소들과 시간 사이로 이동하는 <무종>을 포함해서 배수아가 쓰는 글은 에세이를 자주 읽을 뿐만 아니라 쓰기도 하는 내가 보기에 소설과 에세이의 사이에 존재한다. 나는 소설을 두 번째로 읽은 후에야 배수아가 그 연결을 어떻게 만들었는지를 볼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생각하기에 글을 구성하는 구조는 잇따라 일어나고 있는 사건들이 아니라 생각의 논리나 흐름으로 구성된다. 문장들이 엄청나게 길고 가끔 복잡하기도 한 이유는 현실에서 우리의 생각도 그렇게 느껴지기 때문이지 않을까? 한국어를 공부하는 나 같은 독자에게 재미있는 도전을 주는 <무종> 같은 작품에서 중요한 것은 줄거리보다 연결이고 배수아가 하는 일은 추억과 경험이나 상상과 꿈 같은 여러 소재들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