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 자신을 주로 도시에 대한 관심이 많은 사람으로 묘사한다. 그 것은 백 퍼센트 사실이긴 하지만 내가 관심 있는 것은 도시 뿐만 아니라 건축물과 길거리를 포함한 동네를 비롯하여 지하철과 같은 도시를 형성하는 여러 가지 시설물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나는 도시보다 도시를 구성하는 공간에 관심이 더 간다. 전상인 교수님의 <공간으로 세상 읽기>를 읽고 나서 나의 그러한 관심을 더 증폭시키기 시작했다. 이 책은 집과 터 그리고 길로 나눠져있고 각각 부분에 해당하는 종류의 공간의 역사나 현재를 조망하는 중요점을 다룬다.
이 책은 저자가 이야기하는 모든 종류의 공간을 도시와 연결하고 도시를 이루는 개별요소를 설명한다. 또한 나처럼 도시에 대한 책들을 많이 읽은 사람이 잘 아는 가장 유명한 도시 이론가인 루이스 멈포드와 이에 버금가는 제인 제이콥스와 이론가임과 동시에 건축가인 르 코르뷔지에와 같은 도시 이론가들의 작업을 자주 언급한다. 솔직히 말하면 내가 이러한 주제에 이미 친숙해져 있어서 이 책은 내가 읽는 다른 한글로 된 책들보다 훨씬 더 읽기 쉽다고 느끼게 된다. 그러나 이 책은 단순히 다른 사람들이 쓴 도시와 여러 가지의 공간들에 대한 것들을 요약하는 것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서 사회학 교수님인 저자는 그의 관점을 모국인 한국의 도시와 공간으로 돌려 이 책을 통해 비판가의 역할도 맡는다.
공간빈국과 공간 후진국은 저자가 한국에 붙인 두가지 라벨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오늘 날의 한국은 공간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가 부족하기 때문에 공간들이 아무 계획없이 마구잡이로 설계되어서 그 공간들로 구성되어 있는 한국 도시들은 더 공들여 개발했던 다른 나라의 도시들에 비해서 매우 바람직하지 않다고 한다. 저자의 관점에서 보면 한국은 터를 어떻게 사용하고 그 위에 집과 길을 어떻게 놓을지를 완전히 새롭게 재고할 필요가 있다. 나는 이 책을 읽기 전부터이러한 서울에 대한 비판을 들은 적이 몇 번 있고 그 것의 이면에 담긴 생각을 이해하지만 전적으로 동의하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저자와 나를 비교하여 누가 더 많은 도시를 방문했는지는 모르지만 나는 세계의 적지 않은 도시들에 가봤고 그중 제일 좋아하는 곳들 중에 하나가 바로 서울이기 때문이다.
저자가 말했듯이 서울을 제일 위대한 유럽 도시들과 비교하면 서울이 매력이 없는 곳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한국에 이사오기 전에 살았던 고속도로로 덥혀 있고 뒤죽박죽으로 건축된 로스앤젤레스도 마찬가지의 상황에 처해 있다. 어떻게 보면 가장 흥미로운 질문은 서울이나 로스앤젤레스와 같은 도시가 무엇이 문제인가가 아니라 서울이나 로스앤젤레스와 같은 도시를 왜 사람들이 즐기는가이다. 내 생각에 지난 백 년의 서양 도시 이론은 서울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는지를 보여 줄 수는 있어도 새로운 21 세기에는 있는 그대로의 서울이 위대하다고 할 수 있는 유럽 도시들에게도 당연히 가르쳐 줄 것이 있을 거라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느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