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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린의 한국 이야기: 세운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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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큰 관심이 있는 나는 일본에도 오랫동안 관심을 기울려 왔다. 요즘에 나한테 가장 재미있는 일본에 관련된 것은 건축이다. 좋아하는 일본 건물과 쿠로카와 키쇼나 탕게 켄조 같은 건축가들이 꽤 많아서 언젠가부터 한국 건물과 건축가에 대해서도 알아가게 되었다. 건축에 관심이 있는 사람의 대부분은 일본에 비교하면 볼만한 좋은 건물들이 거의 없다고 생각하지만 서울을 살펴보면 의외로 흥미로운 것들이 풍부하다. 한국에 이사온 몇 달 후에 처음으로 직접 본 다시 가고 싶을 정도로 흥미로운 한국 건물은 세운상가였다. 60년대에 종로에서 콘크리트로 지어진 거대한 단지는 전에 본 적 있었던 다른 도시 공간과는 완전히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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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세운상가를 처음 간 그 후 그 건물을 설계한 사람은 한국의 60 년대부터 80년대를 아울러 제일 유명하고 30년 전쯤에 돌아가셨지만 지금도 제일 유명하다고 할 수 있는 건축가인 김수근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런데 김수근 본인은 원래 설계와 많이 달라서 세운상가를 싫어하고 의절했다고 한다. 계획대로 실현되지 않은 여러 것들 중에서 유리덮개와 고유한 교통 시설이 그 중 하나다. 그래도 실제로 존재하는 세운상가는 적어도 나에게는 아주 매혹적이다. 나의 관심은 심미적인 것 뿐만 아니라 단지 안에 세계가 존재한다는 점 때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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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운상가는 종로에서 퇴계로까지 뻗어 있는 세운강동상가와 청계상가와 대림상가와 삼풍상가와 풍전호텔과 신성상가와 진양상가라는 건물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 중에서 삼풍상가는 무너진 삼풍백화점을 지은 같은 회사에서 지은 건물이고 삼풍상가만이 마지막으로 그 이름을 여전히 가지고 있다. 건물마다 셀수 없는 많은 가게들이 있는데 그 가게에서 파는 물건들은 다 다르지만 대부분은 전자 제품을 판다. 예전에는 많은 한국사람들이 처음으로 오디오나 컴퓨터를 사러 세운상가에 가던 것을 그들은 기억한다. 세운상가에는 인쇄소와 사무실과 식당과 카페와 내가 좋아하는 80년대 이후 많이 변화지 않은 옛날식 다방도 있다. 내가 자주 냉커피를 마시고 주인과 수다를 떨러 가는 그 다방은 서울에서 제일 편안한 곳들 중 하나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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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냉커피를 마신 그 다방의 창문을 통해서 세운상가가 지어졌을 때는 그냥 도로였던 청계천을 지금은 볼 수 있다. 서울 도시미관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으로 만든 청계천으로 인해 오래된 세운상가를 전부 철거할 계획도 초래되었지만 막상 현대상가라는 한 건물만 철거되고 그 자리에는 공원이 들어섰다. 최근 몇 해 동안 세운상가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어서 재개발 대신 세운상가를 개선하기 위한 중소 규모의 프로젝트들이 제안되었고 화가와 갤러리스트와 기술자 같은 사람들이 거기서 여러 가지 사업들을 착수했고 벽화와 작업자와 서점과 갤러리 같은 장소가 생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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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몇 주 전에 세운상가에서 열린 비둘기 오디오와 비디오 페스티벌이라는 축제에 참석했을 때 평상시에는 올라갈 수 없는 옥상에서 뮤직 비디오 상영을 보면서 서을의 야경을 즐겼다. 내가 본 그 야경은 멀리 서울 시내의 고층빌딩들과 조금 더 가까이 서을 극장의 보라빛과 세운상가와 아주 가깝게 위치한 작은 공장들이 서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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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축제 후에 최근에 열린 서울건축문화제에서 미래에 어떻게 세운상가를 운영할지를 보여주는 야심찬 재구성 계획을 보았다. 사실 나와 내 여자친구가 살고 있는 신촌 아파트의 계약을 연장할 수 없었더라면 우리는 아마 세운상가로 이사갈려고 했을지도 모르겠다. 건물의 대부분 위층들에는 한국 60년대의 기준으로 보았을 때 고급스러운 아파트가 있지만 지금의 기준에서 보면 건물의 외관은 조금 허름해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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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도시들에서는 극단적인 보호주의자들이 있지만 나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세운상가가 철거되지 않아서 무척 기쁘다. 옛날에는 서울에서 건물들이 함부로 지어졌고 또한 쉽게 헐렸지만 요즘에는 도시 공간의 미적인 면을 강조해서 좀 더 신중하게 설계되고 현재 존재하는 건물들도 더욱 현명하게 사용되고 있다. 어떻게 보면 그런 생각과 잘 어울린 건물을 설계한 김수근 씨는 시대를 앞서 갔던 건축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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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김구슨 씨가 설계한 인사동과 인접해있는 원서동에 있는 공간 사옥이라는 건물에 가끔 커피를 마시러 들린다. 공간 사옥은 1971년에 지어진 이후 다른 건축가들이 세로운 부분을 추가해 왔는데 내가 커피를 마시는 곳은 통유리로 지어진 다른 건축가가 설계한 신관이다. 또한 공간 사옥에는 아라리오라는 현대미술관도 있지만 나는 갈 때마다 커피를 마시면서 유리 벽을 통해 풍경을 바라보는 것 밖에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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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사옥과 세운상가를 설계하기 전에 김수근 씨는 예술과 건축에 대한 한국어와 영어로 된 잡지를 창간했다. 나는 김수근 씨 살아생전에 출판되고 그 후 반세기 넘게 출판된 SPACE라는 잡지를 읽으면서 읽을수록 내가 가장 좋아하는 한국 잡지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잡지 뿐만 아니라 나는 SPACE를 출판하는 회사가 최근에 출판한 세운상가에 대한 책도 재미있게 읽고 있다. 한국에 그런 잡지와 책도 나오고 있어서 어느 때보다도 지금 많은 사람들은 서울의 형태와 본질과 역사와 미래에 대해서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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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서울 전에 살았던 로스앤젤레스도 서울처럼 아무 계획없이 무분별하게 20세기에 크게 팽창되었지만 21세기에는 SPACE 같은 환경을 새롭게 인식시키는 잡지가 없어도 사람들이 도시의 형태에 대해서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서울에서 세운상가 같은 옛날 장소들에서 서울이 미래에 어떤 도시가 될지에 대해서 파악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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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서울에 살고 싶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중에서도 사람들이 도시를 더 나은 장소로 만들고자하는 그 노력 자체 즉 세운상가 같은 오래된 건물도 보전하는 행의 등 사람들의 인식이다. 이러한 인식은 나에게 또한 중요한 의미를 준다. 내가 서울에 살며 세운상가 같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장소에 거주하면 좋겠지만 그러한 곳이 아니여도 무관하다. 서울이라는 도시는 나에게 그러한 의미로 남아 있다.